외벌이 13년 차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결혼 전에는 경제권에 대해서 그렇게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았는데요, 막상 결혼하고 보니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지금 저는 경제권 문제로 크게 스트레스를 받거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 글은 특정 경제권의 형태를 추천하는 것은 아닙니다. 각 가정마다 벌이의 형태나 규모, 그리고 주거 패턴이나 상황 등 모두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냥, 결혼 전후로 막연히 생각해온 경제권에 대한 저의 생각을 공유하고자 포스팅을 남깁니다.
경제권은 권력이 아니다.
외벌이이거나, 맞벌이 이지만 어느 쪽이 많이 번다고 해서 그렇지 않은 상대방에게 마치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끔, 이혼 관련 TV프로그램을 보다보면 "이번달 생활비 안 준다?" 라던지, "네가 더 많이 버니까 이건 네가 사!" 라던지 서로에게 상처가 될 말을 많이 주고받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가족이 생활하는데 돈은 당연히 필요하고 소중한 존재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렇지 않은 상대방에게 이것을 무기 삼아 어떤 내용을 강요하거나, 본인이 원하는 것을 이루려는 계획은 정말 안 좋은 것 같습니다.
공유는 반드시 필요하다.
회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다양한 형태로 경제권을 유지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몇 가지 사례를 말씀드리자면, 외벌이인 경우에 전적으로 한 사람이 담당하고, 용돈을 타서 쓰는 경우가 있고요. 맞벌이인 경우에는 서로 합쳐서 한 사람이 관리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서로의 소득의 규모는 공개하지 않은 채, 정해진 비율대로 생활비를 분담하며 지내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정답이 있는 문제는 아니기때문에 뭐가 옳다 , 그르다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어떠한 형태로든 서로 숨김없이 공유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그것이 가계부가 되었든, 소소하게 나누는 일상 대화에서, 수입은 얼마이고 이번달에 이만큼 지출이 되었다는 등 생각 자체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저의 월급통장에 공인인증서를 아내의 핸드폰에도 동일하게 세팅을 해두었습니다. 일단, 따로 말하지 않아도 필요할 때마다 들어가서 볼 수 있게 해주는 방법으로 공유를 하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돈을 빼서 쓰거나, 확인할 수 있는 상태를 공유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누가 경제권에 대해서 물어보면 저는 공동으로 관리한다고 답을 합니다.
매년 인증서를 갱신하는 것 이외에는 큰 불편은 없습니다.
당신은 일할 생각 없어?
결혼하고 한번도 제 입 밖으로 뱉어본 적 없는 말입니다. 모르겠어요. 지금은 저 혼자서도 먹고살 수 있는 상황이라서 그럴 수 있는 것인지도요. 정말 제가 상황이 어려워져서 둘이 뭐라도 같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상황이라면, 저도 이런 이야기를 해야겠지만, 적어도 현재 상황을 기준으로 보면 그렇습니다.
가끔씩 아내가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이런 이야기를 할때가 있습니다.
"마트에서 캐셔냐 다른 알바나 돈을 좀 벌어볼까?"
저는 이런 질문이 나오면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직업이 뭐가 되었던 당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생긴다면 그때 도전해 보라고요. 아마도 학교 친구들 엄마를 만나고 오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많은데, 외벌이라고 하면 왜 일 안 하냐는 그런 말들도 오고 가나 보더라고요.
물론 맞벌이를 하면 그만큼 수입이 늘어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더 좋은 것, 더 맛있는 것 해줄 수 있을 것이고요. 여행이라도 가려고 하면, 더 많이 다닐 수 있겠지요. 그리고 저축을 더 많이 할 수 있어서 노후에도 안정적일 것이구요.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모자라다 생각하면 한없이 모자랄 것이고요,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면 그 선에서 또 만족감도 있을 것이고요.
전업주부도 직업이며, 육아는 정말 중요한 일이다.
저는 아이들이 어려서 그런지, 집에서 엄마가 항상 돌봐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벌면 사정이 나을진 모르겠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을 아이들의 어린 시절에 엄마가 옆에서 늘 보살펴주는 그런 안정감 있는 삶을 갖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우리 집에는 항상 사람이 없어서 혼자 밥 챙겨 먹고, 라면 끓여 먹고 했던 시기가 있어서 그런 것 같은데요, 우리 아이들의 건강부터 해서 교육 등등 돈과는 바꿀 수 없는 중요한 일들을 하는 입장에서 전업주부라는 역할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항상 이야기합니다. 아빠가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돈을 벌어오지만 이것은 엄마랑 같이 버는 것이나 다름없다고요. 엄마랑 아빠가 함께 번 돈이니 소중하고 감사하게 여기자는 이야기도 합니다.
결국은, 돈을 떠나서 상대방을 배려하고 생각하는 것이 선행이 되어야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각자 역할에 대해서 존중하고, 이해해 주고, 또 대화를 많이 해야 하고요.
저의 자산을 매달 점검하기 위해 사용하는 구글 시트의 이름은 "나와 우리 가족의 미래"라고 해두었는데요, 잃지 않고 꾸준히 모아져서 우리 네 식구가 풍족하게 살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렇게 짓게 되었습니다.
큰돈을 굴리는데 저의 기준이나 판단 없이 막 하기도 그래서, 뭐라도 알아보고자 이 블로그도 운영하게 되는 것이고요.
좀 횡설수설, 주절주절 이야기가 많았는데요, 이 글을 봐주시는 모든 분들 항상 행복하시길 바라고, 경제적으로도 풍족하게 번성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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